[그림이 있는 에세이] 나를 채워가는 중입니다 / 조가영,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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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그림이 있는 에세이] 나를 채워가는 중입니다 / 조가영, 화가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대개 해가 지고 작업을 시작한다. 밤에 작업하면 여러 이점이 있는데, 그중 제일이 주변이 고요하다는 것. 옛날부터 자동차, 오토바이, 반복적인 기계음 소리, 이런 것들을 싫어했다. 그런데 밤이 되면 여러 소음이 훨씬 적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은가. 사람들도 다니지 않고 엄청 조용해 낮에는 바삐 생활하느라 멈춰있던 생각이 많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작업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이나 라디오, 영상을 틀어놓기도 하는데, 며칠 전 문득 중학교 시절이 떠올라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을 검색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방송한 라디오 천국은 이제 막 듣기 시작했던 16살에 아쉽게 끝나버렸다. 그때 당시 음성 파일을 MP3에 넣어 다녔는데, 오랜만에 듣고 싶어 찾아보니 이제는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어 새삼 신기하고 어찌나 반갑던지. 도입부 음악, 유희열 아저씨의 목소리. 금세 그 당시 중학생의 내가 된 것 같다. 방송은 이제 막 뜨기 시작한 19살의 아이유, 전역하고 낸 첫 번째 앨범의 성시경, 이미 뻔히 알고 있는 그 당시의 월드컵 경기 내용 등이 흘러나왔다. 피식피식 웃으며 듣고 있는데, ‘맞아 이런 기분 오랜만이다’ 싶었다. 이 감정이 잊힐까 아쉬워 메모장에 적기 시작했다. 바쁜 생활에 잠시 잊고 지낸 나의 즐거움과 취향이 있었다. 과거의 여러 경험과 생각이 더해져 성장한 게 지금의 ‘나’일 텐데…. 

내가 어릴 적부터 좋아한 것은 독립 음악, 어쿠스틱, 밴드 음악, 라디오 등이었다. MP3 세대였지만 밖에서는 MP3로, 집에서는 CD플레이어로 노래를 들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구매하고 처음 들을 때의 그 설렘. 가사집을 들고 천천히 곱씹으며 들었다. 지금은 편리하게 여러 가수의 노래를 하나하나 핸드폰에 넣을 수 있지만, 그때는 좋아하는 곡이 끝나고 바로 다른 노래를 듣고 싶다고 CD를 계속 바꿔 들을 수 없으니 대개는 한 앨범을 CD플레이어에 넣어 모든 곡이 다 끝날 때까지 들었다. 지금은 CD플레이어가 망가져 버렸고, 내 앨범들은 책장 한편에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번은 고등학교 미술학원 친구가 왜 팝송을 잘 듣지 않느냐고 물었다. 팝송에도 좋은 노래들이 많겠지만, 나는 영어에 능하지 못해 가사도 한 번에 잘 안 들리고 아직 한국에 있는 좋은 노래도 다 듣지 못 했다고 했다. 나는 대중가요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정확히 말하자면 잘 쓰이지 않는 인디밴드의 소위 정말 시답잖은 가사들, 다수가 공감하는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오늘은 신호등이 모두 초록불이라 운이 좋다느니, 누워있는 지금 이 시간이 제일 편하다느니, 이런 소소한 가사가 좋았다.  

소소한 가사들. 어찌 보면 시답잖은 작은 것들에 멜로디를 덧붙여 이야기하는 느낌이 강해서 좋았다. 말씨에 음률을 얹어 노래가 된 것 같아서. 멜로디가 첨가된 친구 이야기를 듣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적나라하고 소소함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 내 취향을 잠시 잊고 지냈다. 우리는 바삐 생활하느라 자신에 대해 사유할 시간이 부족하다. 귀갓길에 잠깐, 잠들기 전 잠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왜 좋아하는지, 무엇을 했을 때 마음이 안정되는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등 나 자신을 되새기는 작업이 필요하다. 

마음이 건강한 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우리를 의식적으로 가꿔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 자신이 과일, 열매라고 생각하고 물도 주고 햇볕도 쬐어주자. 어떻게 하면 단단하게 잘 자랄 수 있을까 하며. 내가 하는 작업이 그렇다. 싱그럽게 잘 자란 과일처럼 우리의 삶도 알차고 옹골지게 자랐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옛 라디오를 듣다가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회상했듯이 과거의 일들이 모여 현재의 내가 되었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하고 쌓아가면서 단단한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 1996년 출생. 강원대학교 미술학과 학사, 동대학원 석사 재학 중. 개인전 <자, 오늘부터 내게 물을 주고 햇빛을 쬐어주자><서울 2021> 외 2회. 단체전 6회. 공공미술과 아트상품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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