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몰입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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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나에게 몰입한다는 것
  • 출판사(주)바다출판사
  • 잡지명우먼카인드 Womankind

 

vol.16 나에게 몰입한다는 것

 

 

건강한 여성주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우먼카인드》

vol. 16 : 나에게 몰입한다는 것

사람은 자기 정체성을 무엇을 통해 증명하고, 스스로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면서 나아갈까? 사람마다 각자 자신의 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흥미롭다. 이번 《우먼카인드》는 ‘자기 자신의 세계로 몰입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몰입한 결과는 각자 모두 다르다. 그것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가치를 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재능 있는 자가 결국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무엇을 향해 가는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몰입의 시간 속에서 발견하는 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 정희진, 오정연, 김지승, 곽아람 에세이

여성학자 정희진은 어느 날 강사 대기실에서 김밥을 먹으며 자신이 살며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 김밥이라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재능과 긍지로 충만했던 시기를 지나 뒤돌아보니 너무나 자명한 것들이 자신의 지금을 설명해주고 있다. 〈나의 몰두〉(p.18)에서 정희진은 자신이 몰두했던 것들을 이야기하며 그 몰두가 중독에 가까웠고, 중독은 한편 도피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정희진이 몰두하고 중독되고 도피하면서 결국 직면하게 된 삶의 조건, 진실에 귀 기울여보기 바란다.

올해 첫 소설집 《단어가 내려온다》를 낸 SF소설가 오정연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연출을 배운 후 영화잡지 취재기자로 일했고, 기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가 영상물기록관리학을 공부한 뒤 영상물 디지털화 작업을 했다. 지금은 싱가포르에 살며 과학소설을 쓰고,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마치 여기서 저기로 환승하듯 매번 다른 일을 시작했다. 그는 일 년 내내 여름인 남국에서 동트기 전에 달리기를 한다고 한다. “달리고 있다는 감각을 놓지 않는 이상 언제든 다시 달릴 수 있다”는 그의 말이 자신의 삶에 대한 적절한 은유로 느껴진다.(〈달리고 있다는 감각〉, p.44)

김지승 작가는 주로 여성?노인?모녀 서사, 여성적 글쓰기에 관심을 두고 다년간 그에 관한 강의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80주 동안 ‘여성적 글쓰기’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던 수강생 220여 명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그들과 함께했기에 하늘에 새로이 ‘그들만의 별자리’를 수놓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별자리 M〉, p.50) 혼자로는 겨우 깜박일 수 있지만 함께하면 환하게 빛날 수 있는 것을 깨달은 그는 연대하는 글쓰기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곽아람은 낮에는 신문기자로 일하며, 밤과 주말엔 그림과 독서 에세이를 쓰고 있다. 그는 〈나를 잊으면서 더욱 내가 되어간다〉(p.56)에서 글쓰기에 몰두하면서 오히려 비대한 초자아로부터 거리두기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무엇으로부터 빠져나와 다시 무엇으로 빠져드는 것.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그의 경험에서, 글쓰기야말로 그 재능을 가진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자기 위안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서로의 관계성을 구체화하는 데서 모든 변화가 시작될 거예요”

페미니스트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며 계속 살아간다는 것

: 영화감독 변영주 인터뷰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있었다. 변영주 감독이 1990년에 출연한 KBS〈생방송 여성〉이라는 교양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변영주 감독이 20대 여성의 대표 격으로 출연해서 그야말로 ‘말’과 ‘논리’로 보수적인 남성 진행자를 ‘혼쭐’ 내줬다. 맥빠지는 질문에 차근차근 친절하고 우아하게. 그때부터 변영주 감독은 사이다 같은 존재였다.

최지은 작가가 변영주 감독을 만나 “페미니스트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며 계속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었다. 변영주 감독은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3부작에서 극영화 〈화차〉에 이르기까지, 뚝심 있게 영화 작업을 해오며 여성 후배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또한 누구보다 페미니스트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높여왔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이내 달려가 자신의 쓰임을 고민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그는 여전히 ‘멋진 선배’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최지은 작가가 “한 명의 개인에 불과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변영주 감독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상에 떠도는 쓰레기 같은 말에 상처받지 말아요. 조금 기다려보면 그런 말들은 매번 실패한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요.” 그의 말들에 페미니스트로 먼저 살기 시작한 사람이 후배 여성들에게 들려주는 값진 조언이 가득하다. 페미니즘 백래시가 유독 요란한 이때 힘을 얻고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불편한 소파 같은 존재가 있어야 한다: 영화감독 변영주〉, p.28)

we are womankind: Republic of South Africa

인종차별 정책의 잔재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우먼카인드》 16호가 찾아가는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인종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이 폐지된 후에도 여전히 그 잔재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사진작가 토니 채트먼은 주로 초상화 작업을 통해 흑인 문화와 전통을 기억하고 되살리고 겹쳐놓는다. 작가 스스로 “나의 작품은 내가 속한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쟁점들 속에서 태어났다”고 말하듯 그의 작품은 흑인의 역사가 지나온 길, 그 역사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강한지를 개성 강한 미학으로 보여준다.(〈뿌리 깊은 기억〉, p.64)

탄디 시비시는 2012년 스물다섯에 요하네스버그에 흑인 여성 최초로 미술관을 열었다. 개관 당시 그는 일부 사람들에게 “업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온갖 방해와 비난을 받았다. 그는 올해로 미술관을 연 지 10주년을 맞았고, 미술관장 업무 외에 오래전부터 다른 운동가들과 함께 소녀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재단 활동도 하고 있다.(〈요하네스버그에 미술관을 열다〉, p.158)

노벨문학상과 부커상을 수상한 네이딘 고디머는 작가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던 인물이다. 그는 남아공의 위태로운 역사 현장 속에서 소리 높여 정치 변화를 요구함과 동시에, 문학으로도 사람들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삶이 신비를 설명했다. 인종차별이 만연한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문학의 힘으로 ‘강직한 목소리’를 냈던 작가 네이딘 고디머의 일대기도 압축적으로 만나본다.(〈타협하지 않는 목소리, 네이딘 고디머〉, p.150)

이 밖에도 남아공 국립 생물 다양성 기관에서 식물화가로 35년째 활동하고 있는 질리언 콘디를 만난다. 아프리카의 희귀 식물을 그리며 환경과 인간에 대한 존중을 이야기하는 그는 훌륭한 식물화가의 세심함과 정밀함은 여전히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따라올 수 없다고 말한다.(〈식물과 함께한 시간〉,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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